바하마 여행
7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카리브의 또 다른 행락지, 바하마. '낮은 바다'(Baja Mar)라는 뜻의 스페인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높은 장벽을 세우기 보다 아낌없이 천혜의 풍광을 내어줄 것만 같은 곳. 카리브해 곳곳을 누릴 수 있는 크루즈, 즐비하게 들어선 대형 리조트들은 휴양을 즐기기에 완벽한 환경을 제공한다.
단, 물가가 비싸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한 번에 둘러보긴 무리일 수 있다. 바하마의 중심 나사우에서 시내 투어를 즐기고, 이후 아름다운 해변을 즐길 방법을 취향에 맞게 선택해보자. 자연 현상이 만들어낸 묘한 빛깔의 해변을 누비며 로맨틱한 여행을 꾸밀 것인지, 야생 동물과 함께 이색적인 경험을 즐기며 액티브한 여행을 꾸밀 것인지. 너무 깊이 고민할 필요는 없다. 어떠한 선택을 하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풍경과 만나게 될 것이다.
낫소
바하마의 수도이자 중심, 나사우.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풍부해 바하마 여행의 관문으로 불린다. 특히 해적, 식민 역사 등 다양한 키워드로 대표되는 바하마의 과거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핀 캐슬 요새
'핀 캐슬 요새'에는 영국 식민지배 역사에 관심을 둔 이들의 발걸음이 잇따른다. 당시 바하마를 지배하던 영국 정부는 해적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이토록 큰 요새를 두었고, 그 모양도 대형 함선 모양으로 설계해 해적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산이 없는 나사우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나사우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이다. 하늘 아래 펼쳐지는 시원한 오션뷰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핀 캐슬 요새
바하마 여왕의 계단
핀 캐슬 요새 바로 옆에는 '여왕의 계단'이 있다. 언뜻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름이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바하마의 역사가 서려 있다. 역시나 영국의 지배를 받던 시기, 요새로 오를 수 있는 길을 위해 흑인 노예들은 2년간 도끼 하나만 들고 거대한 석회암을 쪼아냈다. 66개로 이루어진 계단과 31m에 달하는 벽이 만들어 주는 그늘, 그 선선함에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질 때 그들이 흘린 땀과 아픔도 잊지 말고 기억해보자.
여왕의 계단
나사우 해적박물관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던 때 바하마는 카리브해의 해적들로부터 꾸준히 공격을 받았고, 그 결과 이곳은 악명높은 해적의 소굴이 되었다. 조니 뎁 주연의 '캐리비안 해적' 또한 바하마를 배경으로 했을 만큼 말이다. 그래서인지 바하마 곳곳에서는 해적들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궁금하다면 나사우에 위치한 해적 박물관을 방문해 보자. 해적선이 정박했던 항구부터 실제 그들이 생활했던 해적선의 내부까지. 그럴듯하게 재현해둔 모습이 굉장히 흥미롭지만, "동료의 보석이나 돈을 훔치는 자는 코와 귀를 자르고 무인도에 버린다." 는 등, 한쪽 벽면에 자리한 그들만의 '행동 강령'에 스산함이 몰려온다.
해적 박물관
바하마 휴양
바하마의 발자취를 따라 낫소를 둘러보았다면 드넓은 해변으로 나갈 차례. 이제 취향에 맞게 바하마의 섬들을 둘러볼 시간이다. 바하마를 즐기는 두 번째 방법. 한적한 휴양을 선호한다면 이 방법을 고민해 보자. 나사우가 속한 뉴프로비던스 아일랜드에서 우측으로 약 세 시간 정도 이동하면 하버 아일랜드에 닿는다. 이곳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컬러'. 핑크부터 에메랄드까지 저절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컬러를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바하마 핑크 샌드비치
바하마를 이루는 700여 개의 섬 중 가장 로맨틱한 곳을 꼽으라면 하버 아일랜드가 아닐까. 그 이름도 낭만적인 '핑크 샌드 비치'가 이곳에 있으니 말이다. 해안가에는 전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핑크색의 모래사장이 약 4km가량 펼쳐져 있다. 이 모래들은 파도에 의해 산호초가 부식돼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로 바하마를 로맨틱한 신혼여행지로 알리는 데 톡톡한 한몫을 했다. 에메랄드빛 파도에 적셔진 핑크빛 모래사장에 발 도장을 남겨보자. 핑크 샌드 비치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바하마 핑크 샌드비치
핑크 샌드 비치의 여유를 만끽하는 방법 💕
로컬들이 직접 대여해주는 파라솔에 누워 맥주를 마시면 보다 낭만적인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해안가 주위로 4성급의 '발렌타인 리조트 & 마리나', '핑크 샌드 리조트' 등 호텔과 리조트가 다양하게 들어서 있으니 취향껏 숙소를 선택해 하룻밤 묵어보는 건 어떨까?
바하마 글래스 윈도우 브릿지
핑크 샌드 비치의 낭만을 원 없이 만끽했다면 보트를 타고 엘류세라 아일랜드 '글래스 윈도우 브릿지'로 이동하자. 이곳은 대서양과 카리브해가 만나는 전 세계 유일무이한 섬. 바다라고 해서 다 같은 파란색을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두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에 서 있으면 새파란 파도를 몰고 요동치는 대서양과 옥구슬 굴리듯 잔잔히 숨 쉬는 카리브해의 차이를 확연하게 실감할 수 있다. 특별한 기술 없이도 포토제닉한 사진을 만들어 내는 이곳에서 쉬지 않고 셔터를 눌러보자.
글래스 윈도우 브리지
바하마 돼지섬
바하마를 즐기는 세 번째 방법. 야생 동물들의 해상낙원이자 동물 애호가의 천국인 엑수마에서 보내는 일정이다. 엑수마는 낫소에서 약 130km 정도 떨어져 있고 크고 작은 섬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여행자들은 개인으로 이동하기보다 다양한 여행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는 투어를 이용하는 편이다. 동물들과 함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투어 상품을 미리 확인해보자.
바하마 이구아나섬
엑수마의 비터 과나 케이라는 섬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인 이구아나를 만나볼 수 있다. 이구아나가 모래사장이 곧 놀이터인 듯 무인도를 누비는데, 길고 무거운 꼬리 덕에 모래 위에는 그들이 그어놓은 줄들이 가득하다. 가끔 예사롭지 않은 빛깔을 뽐내는 이구아나를 발견할 수 있으니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제 꼬리보다 작은 몸집을 가졌지만 '야생’은 ‘야생’인 법. 성질이 꽤 고약하고 힘이 좋으니 함부로 건드렸다가 크게 혼이 날 수 있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눈인사로 반가움을 전해보자.
바하마 돼지섬
귀여운 돼지들이 카리브해 위를 둥둥 노니는 모습을 상상이나 해보았을까. 빅 메이저 케이라고 불리는 엑수마의 작은 섬에서는 돼지와 함께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사람만 발견하면 귀여운 몸짓으로 다가오는 돼지들을 위해 식빵 한 조각을 준비하자. 먹이를 기대하는 듯한 사랑스러운 눈빛은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 말이다.
바하마 상어섬
엑수마의 콤파스 케이라는 섬에는 수염상어가 서식하고 있다. 흑색의 수염상어 수십 마리가 유유히 바다를 유영하는데, 그 속에 어울려 수영을 즐기는 이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처음 접한다면 다소 충격적인 모습이겠지만 이곳의 수염상어들은 굉장히 온순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오히려 사람 앞에서는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며 다가오는 애교 많은 강아지가 되니, 그 사랑스러움에 용기를 내어봐도 좋다.
한 번 다녀온 이들은 '천국'이라 일컫는 이곳, 바하마. 1년 내내 눈부신 경관을 자랑함은 물론,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한 해변을 누비고 어쩌면 낯설 수 있는 야생 동물과의 사랑스러운 만남까지 가능하니 천국이란 수식어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바하마 여행의 관문, 나사우를 둘러보고 내 취향에 맞는 테마를 선택해 바하마의 여행을 마무리 하자. 해적들도 탐낸 이곳의 매력에 풍덩 빠져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