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파 DMZ 비치하우스:사진제공-강원문화재단
동해안 최북단 강원도 고성군 명파리. 이곳에는 더이상 사람이 찾지않는 숙소인 '명파 DMZ 비치하우스'가 있었다. 2020년 4월, 오래되고 낡아 버려진 이 숙소를 예술가와 기관들이 참여해 '아트호텔 리 메이커(Re:maker)'로 탈바꿈 시키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는데, 많은 이의 설렘과 기다림 끝에 2021년 5월 드디어 문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 강원문화재단의 아트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다녀온 '아트호텔 리 메이커'를 소개하려고 한다.
아트호텔 리 메이커 A동
아트호텔 리 메이커 B동
'아트호텔 리 메이커'는 2층짜리 2개의 건물에 모두 8개의 아트룸(객실)과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실제 숙박이 가능한 아트룸은 8팀의 작가들이 각각의 공간을 맡아 인테리어와 소품 하나까지 직접 완성해 곳곳에서 그들의 정성이 돋보인다.
명파해변
'아트호텔 리 메이커'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세계에서는 이스라엘 베들레헴에 이어 2번째로 오픈한 접경 지역 내의 호텔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호텔 앞의 동해안 최북단 해변인 명파해변에는 얼마전까지 철조망이 쳐져있었고, 지금은 보존을 위해 일부만 남겨두고 모두 제거된 상태이다.
Re:001 스펙트룸
스펙트룸(Spectroom)은 스텍트럼(Spectrum)과 방(Room)을 조합해 만든 이름으로 팀을 구성하고 있는 두 작가가 고성에 처음 방문했을 때 바다에 뜬 무지개를 보고 영감을 받아 공간을 만들었다. 추상화로 표현한 무지개와 금속 조형물로 표현한 빛이 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공간이다.
Re:002 조선왕가-again
'아트호텔 리 메이커'가 되기 전 '명파 DMZ 비치하우스'는 한때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들이 묵어가는 장소였다고 한다. 홍지은 작가는 남과 북이 나뉘기 전 하나였던 조선 시대를 떠올리며 이 방을 기획했는데, 천장부터 바닥까지 목재로 제작된 방에서 조선 궁궐에 방문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Re:003 Weird tension
이미 분단의 상황에 익숙해져 버렸지만, 한반도 정세에 따라 때로는 긴장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불편함'이라는 키워드로 표현한 방이다. 곳곳에 숨어있는 불편함을 발견하면서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될 때 낯선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 내 방이 이 방이 될 줄이야
큐레이터분과 함께 호텔 투어를 마친 후, 1박 동안 체험할 아트룸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나에게 배정된 아트룸이 이곳이었다. (어째서!)게임을 시작하지
화장실 문에는 손잡이가 12개나 있는데 그 중 하나만 열리고, TV는 천장에 붙어있어 바닥에 누워야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휴지는 철창 안에 있어 도저히 쓸 수가 었었다.
나한테 왜 그래요
작가님이 꼼꼼하게 준비해 놓은 불편함 덕분에 낯설고 특별한 1박을 보낼 수 있었다.
오묘초 작가님, 잊지 않을게요...
Re:004 쉼
서로 다른 객체들이 같은 공간에서 사회와 집단을 형성해 살아가는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각자 다른 뿌리에서 자란 나이테가 다른 집성목들을 활용해 만들어진 곳. 공간을 감싸는 은은한 반사광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빛들은 희망을 의미한다고 한다.
Re:005 금속방:사진제공-강원문화재단
무기원료로 사용되는 텅스텐과 온도에 따라 변하고 재사용되는 아연을 주재료로 만들어진 방이다. 일반 호텔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차가운 금속으로 만들어진 방에서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었는데, 작가는 현재의 무기들이 미래에는 일상의 도구로 재활용 될 수 있다는 희망 아래 평화와 생태, 미래의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
Re:006 Tessellation
자연에서 힌트를 얻은 흑과 백, 블루, 그린, 우드톤, 메탈을 기본 색으로 수직, 수평면의 시각적 구성이 적용된 방이다. 특히 호텔 통발을 활용한 조명과 벽에 걸린 회화 작품에서 도시와 어촌, 예술과 일상의 통일감을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Re:007 산수설계 홈 프로젝트:사진제공-강원문화재단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자연의 모습이 아닌 더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을 법한 '미지의 세계'가 DMZ를 둘러싼 현재를 상상하며 제작된 방이다.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자연의 모습을 재해석하고, 작가가 머릿속으로 그려온 미래의 모습을 자연에 빗대어 담아 낸 공간.
Re:008 김 작가의 방:사진제공-강원문화재단
'김 작가의 방'은 '김 작가'라는 가상의 인물에게 독자적인 공간을 부여한, 허구와 실제가 중첩되는 공간으로 파도와 철조망을 떠올리게 하는 유려한 천장 조명과 한쪽 벽에 자리한 CMYK 전구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방이다.
아트호텔 리 메이커 로비:사진제공-강원문화재단
아트호텔 리 메이커 로비 설치 작품:사진제공-강원문화재단
아트호텔 리 메이커 레스토랑:사진제공-강원문화재단
객실 외에 로비와 복도, 레스토랑 등의 공간 곳곳에서도 여러 장르의 예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 '아트 호텔'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
'아트호텔 리 메이커'는 시범운영기간을 거쳐 2021년 7월 부터 일반 투숙객을 받는다고 한다. 올 여름은 '아트호텔 리 메이커'에서 특별한 하루를 경험해 보면 어떨까?
이 아티클은 강원문화재단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