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백두대간의 한 줄기로 1,500m가 넘는 태백산과 그 산속에 자리한 도시, 태백. 우거진 산세에 금방이라도 호랑이가 튀어나올 것만 같지만, 사실 이곳은 도심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산양들이 뛰노는 목가적인 풍경이 스민 곳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태백의 반전 매력은 여름과 겨울에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다채로운 색감으로 더욱 화사해지는 여름과 잔잔한 음악 선율이 어울리는 고즈넉한 겨울의 대결. 그 온도 차이만큼이나 다른 두 계절의 풍경, 축제, 별미를 비교하며 당신의 취향에 맞는 계절을 골라보자.
서로 다른 분위기와 볼거리를 품고 있는 태백의 여름과 겨울. 생기 넘치는 푸른 빛깔의 계절과 온 세상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하얀 계절의 대결이 궁금하다면, 각 계절의 대표적인 풍경 속으로 지금 출발해보자.
태백 바람의 언덕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는 여름이지만, 평균 고도가 해발 900m인 태백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태양과 가장 가깝지만 역설적이게도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이름마저 '바람의 언덕'인 태백의 여행지로 향해보자. 셔틀버스를 타고 덜컹거리는 산길을 지나면 어느새 배추들이 발밑에 작은 숲을 만들고 바람개비처럼 서 있는 풍력발전기가 운치를 더하는 바람의 언덕 전망대에 도착한다.
탁 트인 전경이 마음 깊숙한 곳의 응어리까지 풀어주는 듯한 이곳은 특히 여름이 되면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배추로 더욱 푸르게 빛난다. 배추를 수확하면 사라지는 태백의 풍경을 만나러, 바람의 언덕으로 향해보자.
태백산 겨울
선선했던 바람이 차갑게 변하는 겨울에는 기차에 올라타 두 발로 걸으며 마주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태백의 풍경을 마주해보자. 강릉부터 경북 분천의 산타 마을까지 향하는 '동해산타열차'와 접근하기 힘든 오지역과 좁은 협곡들을 지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차창 밖으로 태백의 숨겨진 모습들이 펼쳐진다. 알록달록 레트로한 감성이 묻어나는 객실과 프라이빗한 가족실, 터널 안으로 들어서면 빛을 뽐내는 야광, 매점과 다양한 체험요소까지 기차는 그 자체로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된다. 함께 여행을 떠난 이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한 태백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여행의 재미를 배로 끌어올리는 축제. 태백에는 여름과 겨울에 큰 축제가 펼쳐진다. 도심과 떨어진 외진 마을과 태백하면 떠오르는 태백산 초입에서 펼쳐지는 두 번의 축제를 살펴보며 전혀 다른 즐거움을 느껴보면 어떨까?
태백 구와우마을 해바라기
온 세상에 생기가 가득 차오르는 여름, 태백의 구와우 마을에는 계절이 묻어난 듯한 꽃이 피어난다. 바로 태양을 닮은 모양과 짙은 노란색이 인상적인 해바라기. 도심과 떨어진 외진 마을의 고랭지 배추밭이었던 이곳은 배추 대신 해바라기를 심으면서 넘실거리는 산의 비탈길을 따라 백만 송이의 꽃이 피어나는 국내 최대의 해바라기 꽃밭이 되었다.
8월에 들어서면 개화의 절정을 맞이하는 해바라기는 푸른 하늘, 초록빛 대지와 어울려 최고의 색감을 자랑한다. 이 시기에는 해바라기 축제가 열리며, 풍경을 담기 위해 찾은 많은 이들이 카메라든 손을 바쁘게 움직인다. 모든 사진이 아름다워 최고를 고르기 힘들지도 모르는 해바라기의 향연 속으로, 태백의 여름 축제를 만나러 떠나보자.
태백 눈축제
추운 겨울이 기다려지는 이유, 바로 온 세상을 하얗게 만들어버리는 눈 때문이 아닐까? 손끝이 아리게 차가울걸 알면서도 손을 뻗어 한 줌 쥐어보게 하는 겨울의 선물을 기다렸다면, 눈의 나라 태백의 겨울 축제가 개최되는 당골광장으로 향해보자.
축제의 주 무대인 태백산 국립공원에는 초대형 조형물과 조각상이 세워지고 이글루 카페가 문을 열어 얼음 테이블과 얼음 의자 위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음료를 마시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포대에 몸을 싣고 미끄러지듯 눈 위를 달리는 썰매 체험과 연탄불에 옥수수, 쥐포, 가래떡 등을 구워 먹는 체험부스도 마련되어 있어, 그 재미에 추위마저 잊히는 태백의 눈 축제이다.
💡 잠시 추위를 피하고 싶다면?
태백 눈축제 즐기다 잠시 따뜻한 곳에서 몸을 녹이고 싶다면, 태백의 과거를 만나러 석탄박물관에 들러볼 것을 추천한다. 지구를 이루는 다양한 광물과 더불어 지구의 역사, 석탄을 채굴하는 과정 등 알차게 준비된 내용이 그림과 조형물을 통한 전시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가볍게 둘러보기에도 좋다.태백 석탄박물관
- 운영시간 9:00-18:00, 운영 마감 1시간 전 입장 마감, 월 휴무
- 주소 강원 태백시 천제단길 195
- 입장료 성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에는 여행지의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한 '미식'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여름 더위에 지친 여행자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고, 겨울바람에 꽁꽁 얼어버린 몸을 녹여줄 태백의 별미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커피 없이 못 사는 사람이면, 음료는 물론 인증샷까지 찍기 좋은 예쁜 카페를 찾는다면 카페 ‘백번의 봄’을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이곳에서는 얼음이 한가득 들어간 시원한 음료와 더불어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기에도 좋고 귀여운 소품들을 둘러보며 여행의 추억을 담은 기념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야외에는 동남아를 떠올리게 하는 테이블과 사진 스팟이 마련되어 있어 여행 속 여행을 떠날 수도 있는 카페 백번의 봄. 이마트 태백점 근처에 위치해 오며 가며 들리기에도 완벽하다. 키덜트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아기자기한 카페에서 더위에 지친 몸에 다시 힘을 불어넣어 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쭉 들이켜보자.
백번의 봄
물닭갈비
춘천에 그냥 닭갈비가 있다면, 태백에는 뜨끈한 국물이 더해진 물닭갈비가 있다. 과거 석탄 채굴 산업이 활발했던 태백에서는 온종일 탄광에서 탄가루를 들이마신 광부들이 굶주린 배를 채우고, 부드러운 국물이 칼칼해진 목을 씻어주듯이 넘어가는 물닭갈비를 먹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태백의 별미가 되었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붉은 국물에 면과 야채를 건져 먹고 국물이 잘 배어든 닭고기를 먹는 물닭갈비. 뼈가 있어 시원한 국물에 볶음밥까지 해먹으면 어떤 보양식보다도 든든하고 몸이 따뜻해지는 음식이다. 생소하지만 태백에서는 꼭 먹어야 하는 물닭갈비로 추운 겨울바람에 언 몸을 녹여보자.
태백 닭갈비
생기 넘치는 여름과 분위기 가득한 겨울. 태백의 두 계절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정반대의 매력을 뽐내며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어느 계절을 선택할지 고민이 된다면, 여름에는 자연의 절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맞이하고 겨울에는 한걸음 뒤에서 새롭게 변한 모습을 조망해보면 어떨까? '여기가 이렇게 변했다고?하는 느낌표와 함께 모든 걸음이 늘 새로운 태백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