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부터 멕시코 전역은 죽은 자들의 영혼을 맞을 준비로 한창이다. 주황색 꽃들로 제단을 가득 메우고, 고인이 생애 좋아했던 음식들을 준비하며 그들과의 만남을 기다리는데 다소 오싹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멕시코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설레는 시간이자 화려한 축제의 날. 영화 '코코'와 '007 스펙터'의 인상적인 배경이 되어준 흥미로운 그들의 세계에 빠져들어 보자.
망자의 날
떠나간 이와의 재회. 우리에겐 '슬픈 날'로 기억된다면 그들에게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는 '기쁜 날'이다. 멕시코인의 이러한 긍정적인 마인드는 고대 문명에서부터 시작됐는데, 옛 아즈텍 제국 원주민들의 삶에서 죽음이란, 신성하게 여겨져야 할 자연의 순리로 여겨졌기 때문.
죽음이 삶의 과정에 포함되어 있기에 죽는다는 것은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함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영혼의 축제 (Hanal Pixán)'라 부르던 날에 해마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했고 축복했다. 그리고 수 세기를 거쳐 '디아데 무에르또(Dia de Muerto)'라고 불리는 망자의 날로 이어지게 된 것.
Remember Me, 기억해줘
이미지출처: 다음 영화 코코
멕시코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한 디즈니 영화 '코코'. 망자의 날을 미리 경험해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시청해보는 건 어떨까? 망자들이 살아가는 화려한 사후 세계와 중간중간 등장하는 프리다 칼로와 같은 멕시코의 유명 인사들이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말미에 등장하는 영화의 주제곡 'Remember Me'처럼, 망자의 날을 즐기고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해 보는 건 어떨까?
멕시코의 독특한 문화
영혼의 길을 안내하는 셈파수치틀 💐
멕시코의 거리를 황금빛으로 물들일 정도로 흐드러지게 핀 주황색의 꽃은 바로 '셈파수치틀'. 거리부터 묘지까지 다양한 공간 속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넓게는 식용으로 여러 음식에 쓰이기도 한다. 이 꽃은 과거 아즈텍 문명에서 태양을 상징해, 영혼의 갈 길을 밝혀준다는 의미로 곳곳에 놓이게 되었다.
화려하게, 맛있게 먹는 제사 음식
화려하게, 맛있게 먹는 제사 음식 🍭
우리의 제사 음식처럼 정성을 다해 만들지만, 멕시코의 제사상은 좀 더 화려하다. 일명 '오프란데스'라고 불리는 제단을 채우고 장식하는데 고인이 평상시 좋아하는 음식과 물건들도 제단을 꾸민 뒤, 초콜릿과 설탕을 이용해 '슈가스컬'이라는 해골 모형을 만들고, 죽은 이의 이름을 적어 올린다. 그리고 영혼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 것이 특징. 정숙하고, 격식을 갖춘 우리의 제사상과는 달리, 유쾌함이 가득 묻어나는 멕시코만의 독특한 문화가 아닌가.
강아지로 온 영혼들 🐶
멕시코인은 망자의 날에 영혼이 강아지의 몸을 빌린다고 믿어, 강아지를 키우는 집은 영혼이 머무는 동안 더욱 밝게 멀리 볼 수 있도록 강아지의 눈곱을 떼준다. 혹시라도 그 모습을 보게된다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사후 세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행운을 빌어주자.
이미지출처: 다음 영화 007 스펙터
거리로 나서면 보다 화려하고 신나는 축제에 눈이 휘둥그레질 것. 멕시코를 넘어 어느새 세계인의 축제가 된 만큼 여행자들까지 해골 분장을 하고 춤을 추며 퍼레이드를 즐긴다. 거리의 예술가들은 예사롭지 않은 페이스페인팅 솜씨를 선보이니, 흥겨운 분위기에 스며들고 싶다면 약 100페소의 현금을 준비해가면 좋다. 특이하고 멋스러운 분장일수록 다른 이들의 사진 요청은 다반사라는 것. 당황스럽지 않다면 그들의 요청에 기꺼이 응해보는 건 어떨까?
퍼레이드
퍼레이드 명소는 어디?
1️⃣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
영화 '코코'에서 본 화려한 색감의 축제 확인 가능2️⃣ 칸쿤 '스칼렛 파크'
'삶과 죽음'의 주제로 꾸며지며 화려한 공연까지 관람 가능3️⃣ 과달라하라 '틀라케파케'
망자의 날 고장에서 펼쳐지는 축제, 반려동물을 위한 제단까지 확인 가능
우린 다소 죽음을 딱딱하게, 무겁게 여기곤 한다. 멕시코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죽음은 인생의 끝이 아닌, 새로운 여행길에 오르는 시작임을 우리가 안다면 한결 가볍게 죽음을 생각할 수 있을 것. 나도, 사랑하는 이들도 그 길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망자의 날을 통해 깨달아 보는 건 어떨까? 사랑하는 이들이 돌아오는 날, 가장 기쁘게 맞이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