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삼국시대부터 통일신라 시대까지 992년간 신라의 수도로서 역할을 해온 경주. 도시 자체가 하나의 보물이자 문화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주는 천년의 세월을 담은 진귀한 보물과 문화재, 유적지가 가득하다. 삼국을 통일하여 태평성대를 이루고 당나라와 활발히 교류하며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선진국을 이뤘던 신라의 중심지, 경주에서 문화유산 답사를 빼놓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한 책을 표지만 보고 다 읽었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일.
경주가 간직하고 있는 찬란한 역사를 따라서, 신라 시대의 영광을 되돌아보는 발걸음을 한 걸음씩 옮겨보자. 경주에 역사 기행을 떠난다면 방문해야 할 유적지와 역사적 스팟을 함께 방문하기에 좋은 세 가지 테마에 따라 소개한다.
천 년에 가까운 신라 시대의 유적과 보물을 간직한 경주에 왔다면, 이곳을 보지 않고 경주 여행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신라 왕국의 가장 융성한 불교문화와 건축 기술, 예술성과 지혜를 담은 이 두 곳을 제일 우선순위로 두고 만나보자
불국사
이승 너머, 이상적인 불국정토를 그리던 신라인들의 기원과 정성이 담긴 불국사. 33개의 계단을 밟으며 욕심을 정화한다는 의미를 지닌 청운교와 백운교를 걸어 올라가면 사찰의 중심인 대웅전이 기다리고 있다. 대웅전의 앞뜰에는 이름만으로도 유명한 통일신라 시대의 석가탑과 다보탑이 서로를 마주 보며 지키고 서 있으니 꼭 만나보고 가자.
봄기운이 만개하는 4월에 간다면 정문 매표소에서부터 시작되는 아름다운 벚꽃길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불국사만의 특별한 벚나무가 있는데, 바로 나뭇가지가 마치 하나의 꽃다발이 되는 것처럼 겹겹이 풍성하게 피어나 '겹벚꽃'으로 불리는 꽃이 한가득 피어난 겹벚꽃 동산이다. 불국사 정문에서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길의 오른쪽에 있으니,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진한 분홍빛 겹벚꽃 앞에서 봄날의 인생샷을 남겨보자.
불국사
가을에 푹 빠진 사찰 🍂
불국사 가을
10월과 11월에는 붉게 농익은 단풍이 빚어내는 운치가 불국사가 그려내는 극락세계의 보배로움을 돋보이게 한다. 또한, 사찰 경내지를 포함한 다보탑과 석가탑 주위를 가을의 대표 관상화인 소국화 화분들로 장식을 해놓으니, 평소의 불국사보다 소소하게 볼 거리가 많은 가을 여행을 놓치지 말자.
석굴암
토함산 중턱, 불국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또 다른 경주의 대표 유적지, 석굴암. 자연의 동굴이 아닌, 고도의 과학적 설계와 함께 인공적으로 조성된 석굴암은 기술성에서도, 조형성에서도 예술적인 수준의 극치를 보여준다.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을 표현한 석굴암은 가장 안쪽의 주실에 앉아 있는 본존불 외에도 입구의 벽면에 있는 사천왕상, 인왕상 부조와 부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십일면관음보살, 나한들이 섬세하게 묘사가 되어 있다. 불국사와 함께 1995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통일신라 시대의 자랑스러운 문화재, 석굴암의 위용을 직접 만나러 떠나보자.
석굴암
석굴암도 식후경 🍜
석굴암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유료 주차장과 음식점, 휴게실 등 편의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석굴암을 관람하기 전에 식사를 미처 해결하지 못했다면 '석굴암 휴게소'를 방문해보자.석굴암 휴게소
- 운영시간 9:00~17:30
- 주소 경상북도 경주시 양북면 산90 석굴암 휴게소
- 가격대 떡국 5,000원, 우동 4,000원, 소고기 국밥 5,000원, 파전 10,000원
자연과 함께 뚜벅뚜벅 거닐며 여유를 만끽하기 좋아하는 여행자들을 위한 추천 코스. 신라의 잘 닦여진 고분군과 정원수들이 만들어내는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겨보자. 느긋하게 걸으며 경주의 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은 여행자들을 위해 추천한다. 인근의 젊고 힙한 거리, 황남동 포석로의 황리단길 산책과 병행하는 것도 좋다.
첨성대
인왕동 고분군 인근에 세워져 있으며, 선덕여왕 때에 축조된 첨성대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잘 알려졌다. 과거에는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국가의 흥망성쇠를 점치고, 길흉을 미리 알고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고, 첨성대는 앞날에 대비하는 일뿐만 아니라 태양과 행성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역법을 만드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별을 관측하는 당시의 관리들이 사다리를 타고 첨성대 안에서 올라가 정상에 앉거나 서서 별을 관측하기에 편리한 구조로 지어져 있다. 하늘의 뜻을 읽기 위해 노력했던 신라인들의 정신과 문화를 체험하러 첨성대로 떠나보자.
첨성대
피어나라 꽃단지 🌼
첨성대 꽃단지
인근의 '첨성대 꽃단지'는 해마다 여름과 가을에 색색의 꽃밭을 조성하고 장식해놓으니, 올해에는 무슨 꽃이 피어날지 기대하며 여행을 떠나도 좋을 것이다. 라벤더, 기린초, 루피너스, 핑크뮬리, 황화 코스모스 등 계절마다 옷을 바꾸어 입는 첨성대 꽃단지의 아름다움을 감상해보자.
천마총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지만 약 1500년이 된 것으로 추정하는, 대릉원 지구의 큰 고분 중 하나인 천마총. 내부의 껴묻거리로 말 안장에 늘어뜨리는 장식인 장니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하얀 말이 그려져 있는 천마도가 발견되어 지금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부장되었을 당시의 환경과 상세한 발굴 과정의 모습, 무덤 안에서 발견된 전시품들을 내부에 들어가서 감상할 수 있다.
잘 정비된 능과 정원이 인상적인 대릉원 지구를 산책하면서 소나무와 단풍나무 숲길이 주는 상쾌한 공기의 힐링을 맛볼 수 있다. 단풍나무가 많아 붉게 잎사귀들이 익어가는 10월에 와도 좋지만, 3월에서 4월 사이인 초봄에 왔다면 대릉원의 명물이자 사진 명소인 목련 나무 스팟을 잊지 말자. 사적 공원을 지나 '정록 쌈밥' 식당 맞은편에 능과 능 사이에 유명한 목련 나무가 서 있다.
대릉원
진품명품은 박물관에서 👑
천마총 내부에서도 출토된 부장품의 모형을 감상할 수 있다. 그러나 '천마총 금관', 금제 장식 등 주요 유물들의 진품은 국립 경주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으니 참고하자.
아름다운 자연경관, 맛있는 음식만으로는 부족한 여행자, 신라의 역사와 경주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싶은 여행자들을 위한 코스이다. 사학자, 고고학자의 관점을 갖고 경주로 떠나는 탐험가의 마음을 지닌, 지식 추구형 여행자의 갈증을 채워 줄 수 있는 기념비적인 석탑과 박물관을 소개한다.
분황사 모전석탑
선덕여왕의 집권 시기에 지어져 1400년이 넘도록 법등을 밝혀 온 것으로 전해지는 유서 깊은 사찰, 분황사에 있는 모전 석탑이다. 국보 제30호로 지정이 되어 있으며, 탑 기단의 꼭짓점마다 세워진 총 네 마리의 사자상이 인상적이다. 탑의 네 면에 있는 각각의 돌문 좌우에는 석탑 내 감실에 있던 사리함을 보호하는 인왕상이 조각되어 있다.
'돌을 벽돌 모양으로 다듬어 쌓아 올린 석탑이다'라는 의미를 지닌 모전석탑은 아시아를 통틀어 우리나라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건축 양식이며 삼국시대뿐 아니라 조선 시대까지 이어져 왔다. 그중 분황사 모전석탑은 국내의 모전석탑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으니, 분황사에 갔다면 꼭 한번 만나보자.
분황사
백 일간의 축제 🌺
황룡사지 꽃밭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돌기둥 같지만 깃발을 고정하는 데 쓰인 '구황동 당간지주'가 서 있는 분황사 앞 황룡사지의 꽃밭은 여름 중 7월이면 색색의 백일홍이 한가득 피어난다. 여름에 분황사를 방문한다면 '꽃이 오랫동안 피어있다'는 의미의 이름을 지닌 백일홍이 가득 핀 꽃밭을 거닐어 보길 추천한다.
국립 경주 박물관
신라 시대의 귀중한 금관과 허리띠, 화려한 장신구와 유리기 등 국가지정 보물을 포함하여 총 13만여 점의 광대한 소장품을 지닌 국립 경주 박물관. 특별 기획 전시를 제외하고 상설전시는 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어 언제든지 가족과 함께, 친구와 함께 찾아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과 3월부터 12월 사이의 매주 토요일은 저녁 9시까지 야간 개장을 하니, 경주 여행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삼국시대의 역사 속 신라 왕국의 흐름과 문화, 역대 중요한 사건들과 생활사, 불교가 융성했던 신라의 불교미술품 등 테마에 맞게 전시관이 구분되어 있으니 시간을 충분히 갖고 둘러보자. 시간에 맞춰 가면 평일 하루 2회,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하루 4회 무료 전시 해설을 제공하니 시간을 확인하자.
국립 경주 박물관
숨겨진 주인공을 찾아 🔔
선덕대왕 신종
국립 경주 박물관을 간다면, 야외에 전시되어 있으며 국보 제29호로 지정된 성덕대왕신종을 꼭 만나보자. 옛 설화에 따라, 아기가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와 종소리가 닮았다고 하여 '에밀레종'이라는 별명이 있는 성덕대왕신종의 표면에는 경건하게 앉아 향을 피워 올리는 '비천상'이 새겨져 있으니 눈여겨볼 것. 글로 새겨진 명문의 내용은 불교의 진리를 탐구하는 자세와 함께 성덕대왕의 통치를 기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